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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짦은 만남, 진한 포옹

관리자 | 2019.07.27 | 조회 1683

오륜교회 저학년(1~3학년) 어린이들이 수련회에 참석하기 위하여 빌리지에 들어왔습니다.

마침 장마비가 쏟아져서 예배당 출입구 바닥이 매우 미끄러웠습니다.

직원들과 함께 바닥에 매트를 깔고 있을 때

눈에 익은 한 어린이가 반갑게 아는 척을 합니다.

 

지난주에 가족과 함께 빌리지에 온 남자아이였습니다.

그전에도 온적이 있어 눈에 익은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다른 아이보다 그 아이가 제 기억에 남아 있는 것은 아이의 인상이었습니다.

아이의 얼굴에서 나오는 순박하고 착하고 정감 넘치는 인상이 지워지지 않았습니다.

지난주에 빌리지에서 봤을 때도 내가 먼저 알아보고 물은 적이 있었습니다.

너 저번에도 한번 왔었지?”

우리는 이렇게 두 번 짧게 만나고 다시 여름 캠프에서 세 번째 만남을 이어갔습니다.

 

차에서 내린 아이들이 한꺼번에 예배당 현관으로 들이닥치자 정신이 없었습니다.

비가 오는 중에 큰 가방을 끙끙대고 끌면서 우산도 접으랴 현관이 매우 복잡하였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나와 아이는 시선을 마주하며 반갑게 인사를 하였습니다.

그런데 아이가 가방을 놓고 나에게로 다가오더니

자기 머리를 내 배 위에 기대며 손으로 내 허리를 감싸는 것입니다.

마치 가족을 만난 것처럼 나를 반갑게 안아 주었습니다.

순간 진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나는 손을 들고 맞이한 것뿐이었는데 아이는 다가와 내 품에 안기었습니다.

제가 너무 환대를 받은 기분이었습니다.

기쁘고 감사하며 하지만 좀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내가 먼저 가서 아이를 안아 주었어야 하는데.

아이가 나를 먼저 안아 주다니.

짧은 순간에 진한 포옹이었지만 잊을 수가 없었습니다.

 

두 번 짧게 인사하며 만난 것뿐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이는 나를 오랫동안 만나 친하게 지낸 사람처럼 반겨주었습니다.

아이의 아름다운 모습을 보면서 저를 돌아보게 됩니다.

빌리지에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상대는 저를 아는데

제가 그분을 몰라볼 때가 종종 있었습니다.

얼마나 미안하고 죄송스러운지 모릅니다.

잠시의 만남도 잊지 않고

아니 더 반갑고 친밀함을 보여준 그 아이가 저에게 인생의 큰 교훈을 주었습니다.

 

오늘은 캠프 둘째 날입니다.

꼭 만나 초콜릿을 선물해 줄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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