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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나무젓가락 한 상자

관리자 | 2018.01.27 | 조회 1493

며칠 전에 사무실로 택배 한 상자가 도착하였습니다.

무슨 상자지?

살펴보니 나무젓가락 한 상자였습니다.

아니 식당에 젓가락이 그렇게 많은데

웬일로 이렇게 많이 젓가락을 주문했을까?

언뜻 이해가 가지 않았습니다.

식당에서 조리사님의 말을 들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컵 라면을 사가지고 와서 먹는데,

식당에 와서 젓가락을 빌려가요.”

컵라면을 살 때 젓가락을 잊었나 봅니다.

처음에는 젓가락을 빌려주었는데 분실되는 수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매정하게 젓가락을 거절할 수도 없고 해서

나무젓가락을 대량 주문했다는 겁니다.

 

이야기를 듣고 잠시 공중 화장실이 생각났습니다.

우리나라 건물에 있는 대부분의 화장실은 굳게 잠겨있습니다.

사람들이 매정해서가 아닙니다.

화장실을 열어놓으면 사람들이 너무 더럽게 사용하고 가기 때문입니다.

보통 화장실에 이런 글귀가 적혀 있습니다.

아름다운 사람은 머물다 간 자리도 아름답습니다.”

급할 때는 사정사정해서 들어갑니다.

나올 때는 엉망으로 해놓고 나옵니다.

젓가락을 빌릴 때는 간청합니다.

하지만 먹고 난 후에는 돌려줄 생각조차 하지 않고 떠납니다.

 

왜 이런 모습들이 자주 보이는 것일까요?

 

먼저는 이기적이기 때문입니다.

자기에게 필요할 때는 매달리고 필요 없을 때는 헌신짝처럼 버리기 때문입니다.

컵라면을 먹은 후에는 젓가락은 더 이상 나에게 필요한 존재가 아닙니다.

 

다음으로 은혜를 잊기 때문입니다.

젓가락을 빌려준 분의 고마움을 너무 쉽게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빌리지가 다음 세대를 위한 신앙교육의 실천장이 되길 원합니다.

숙박하던 방도 처음 들어왔을 때처럼 깨끗이 치우고 나가야 합니다.

빌리지 직원들이 하시겠지.

물론 직원들이 치웁니다.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치우고 나가면 그분들이 한결 일을 쉽게 할 수 있습니다.

다수가 행한 작은 수고들이 소수의 직원들에게는 아주 큰 도움이 됩니다.

 

지난 주 수련회 때에 교사들과 학생들이 나가면서

베개피와 요피를 벗겨 한곳에 모아놓고 떠났습니다.

일하시는 여성 직원분들이 얼마나 좋아하시는지.

아마도 그분들이 올 여름 수련회를 위하여 정성을 다하여 준비하실 겁니다.

학생들의 수고가 고마워서 말입니다.

 

이렇게 서로 배려하고 도우며 사는 공동체가 얼마나 아름답습니까?

타인을 위한 나의 배려와 헌신이 곧 나를 위한 타인의 배려와 헌신으로 돌아옵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셨어요.

 

나는 너희에게 이르노니 악한 자를 대적하지 말라 누구든지 네 오른편 뺨을 치거든 왼편도 돌려 대며 또 너를 고발하여 속옷을 가지고자 하는 자에게 겉옷까지도 가지게 하며 또 누구든지 너로 억지로 오 리를 가게 하거든 그 사람과 십 리를 동행하고 네게 구하는 자에게 주며 네게 꾸고자 하는 자에게 거절하지 말라.” (마태복음 5:39~42)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가 여기 내 형제 중에 지극히 작은 자 하나에게 한 것이 곧 내게 한 것이니라.” (마태복음 25: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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