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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구겨지고 더러운 카펫

관리자 | 2018.01.27 | 조회 1585

개척교회 시절, 교회에 카펫이 있었습니다.

집사님이 집에서 쓰시던 것이었습니다.

그분은 종종 집에 있던 물건을 교회에 가지고 오셨습니다.

물건을 받았지만 왠지 기분이 썩 좋지는 않았습니다.

물건의 상태가 좋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한번은 전기 청소기를 가지고 오셨습니다.

필터 봉투를 갈아 끼우는 청소기인데 10년 정도는 된 모델이었습니다.

어느 날, 청소를 하는데 먼지를 제대로 빨아들이지 않았습니다.

덮개를 열어보니, 먼지 담는 종이봉투가 꽉 차 있었습니다.

회사에 전화했더니 봉투를 구하는데 좀 시간이 걸린다고 합니다.

외국 본사에 주문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또 어느 날 집사님은 카펫을 가지고 오셨습니다.

거실에 깔 던 것이라고 하는데 돈 주고 버려야 하는 수준이었습니다.

그래도 교회를 사랑하는 마음(?)으로 가지고 오셨기에

표정 관리하는데 힘이 들었습니다.

교회 바닥에 깔아보니 너무 구겨지고 지저분하여 도저히 깔 수가 없었습니다.

나중에 버리려고 한곳에 치워놓았습니다.

카펫은 먼지를 뒤집어 쓴 채 수년 동안 구석진 곳에 홀로 서 있었습니다.

교회를 정리하고 빌리지에 부임하면서

구겨지고 먼지 많고 더러운 카펫이 빛을 보기 시작하였습니다.

 

목사님! 현관 복도가 미끄러워 아이들이 다칠 것 같습니다뭔가 깔아주시면 안 될까요?”

 

문득 어제 가져온 그 카펫이 떠올랐습니다.

창고 쪽에 있는 카펫을 신속히 가져와 복도에 깔았습니다.

효과 만점이었습니다.

 

카펫!

너를 버리려고 했던 거 미안해.

미끄러지지 않도록 아이들의 발을 붙잡아줘서 정말 고마워

 

구겨지고 먼지 많고 더러운 카펫이 이렇게 유용하게 사용되다니

우리도 그렇게 되지 않을까요? 

나는 구겨지고 더럽게 되어 더 이상 쓸모없는 존재가 되었다고요?

쓸모없어 구석에 처박혀 방치된 존재라고요?

아닙니다. 절대 아닙니다.

나의 모습이 구겨지고 더럽다 할지라도 

영혼들의 디딤바닥이 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카펫처럼 넘어지는 영혼들을 구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입니다. 

 

아! 우리 예수님이 그렇게 사셨어요.

 

건축자가 버린 돌이 집 모퉁이의 머릿돌이 되었나니

(시편 118:22)

 

형제들아 너희를 부르심을 보라 육체를 따라 지혜로운 자가 많지 아니하며 능한 자가 많지 아니하며 문벌 좋은 자가 많지 아니하도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세상의 미련한 것들을 택하사 지혜 있는 자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고 세상의 약한 것들을 택하사 강한 것들을 부끄럽게 하려 하시며 하나님께서 세상의 천한 것들과 멸시 받는 것들과 없는 것들을 택하사 있는 것들을 폐하려 하시나니 이는 아무 육체도 하나님 앞에서 자랑하지 못하게 하려 하심이라.”

(고린도전서 1:26~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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