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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카네이션

관리자 | 2018.05.26 | 조회 961

목사님! 어버이 날 행사 안 하셔요?”

깜박 잊고 있었습니다.

일전에 조리사님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돌아오는 어버이 날 주간에 동네 어르신들을 모시고 

식사대접을 하면 어떻겠느냐 상의한 적이 있었습니다.

귀찮아하지 아니하시는 조리사님이 너무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조리사님의 말을 듣자마자 달전리 1, 2, 이화리 이장님들께 급히 전화를 드렸습니다.

59일로 날짜를 정하고 오실 분을 대충 알아보니 100여분 되는 것 같았습니다.

이분들을 모셔오고 끝나면 모셔가야 가야 했습니다.


그런데 빌리지에는 12인승 승합차 한 대뿐이었습니다.

오륜교회에 가서 15인승 차를 빌려야 했습니다.

두 대를 가지고 세 군데를 적어도 두 번 왔다가야 하는데

세 지역에서 거의 같은 시간대에 오셔서 함께 식사를 하기가 쉽지 않아 보였습니다.

저랑 소장님이 운전을 해야 하는데

그날 아침에 너무 분주할 것 같았습니다.

어떻게 하지?

 

그러던 참에 이화리 이장님으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목사님! 아는 분이 이 이야기를 듣고 20인승 차로 봉사하겠다고 합니다

 

할렐루야!

하나님께서 이렇게 섬세하게 준비하고 계시다니.

하나님께서 이 일을 기뻐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두 군데만 오가면 되었습니다.

 

그날 날씨가 매우 화창하였습니다.

할머니 할아버지들이 차에서 내리기 시작합니다.

내리시는 분들께 빌리지 직원 분들이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드렸습니다.

어린 아이들처럼 좋아하셨습니다.

 

그런데 낯선 분들이 와서 명함을 돌리는 것이었습니다.

알고 보니 이번 지장 선거에 출마하시는 분들이 오신 것입니다.

어떻게 알았지. 대단들 하시네.

 

연락도 하지 않았는데 읍장님도 오셨습니다.

달전리 이장님이 연락하셔서 오신 것 같았습니다.

읍장님을 뵈니 너무 미안하고 감사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작년 입당 예배 때에 읍장님이 축하하러 오셨는데 식사를 하지 못하고 돌아가셨기 때문입니다.

늘 미안한 마음이 있었는데 이번에 오셔서 식사를 함께 하게 되어 너무 기쁘고 감사했습니다.

하나님께서 받은 은혜를 갚게 하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모두가 식당에 앉으셔서 식사할 준비를 하고 계셨습니다.

제가 이번 행사 취지를 간단하게 말씀을 드리고 축복 기도하고 식사를 시작하였습니다.

담소를 나누시며 맛있게 드셨습니다.

갑작스럽게 준비하느라 선물을 준비하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쉬웠습니다.

 

식사를 다 마치시고 한 분 두 분 차에 타기 시작합니다.

차에 올라가서 가시는 분들께 감사의 인사를 드렸습니다.

 

그런데 제일 연세가 많으신 95세 할머니께서 당신 가슴을 가르키시며 

난 카네이션이 없어"

다른 분들은 모두 가슴에 카네이션이 달렸는데 유독 이 어르신만 없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한꺼번에 오셔서 직원 분들이 깜박 했던 모양입니다.

 

너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단번에 사무실로 가서 카네이션을 두 개 가지고 왔습니다.

할머니는 특별히 두 개 달아드립니다.”

할머니는 이를 드러내시며 어린 아이처럼 활짝 웃으십니다.

만약 그냥 돌아가셨다면 섭섭한 마음이 오래갔을 텐데.


끝나는 시간까지 섬세하게 챙겨주신 하나님께 감사할 뿐이었습니다.

제 마음도 하늘을 날 듯 흐뭇했습니다.

하나님의 세심하신 은혜가 가득한 보람찬 하루였습니다.

주 안에서 내년을 더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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